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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만 하더라도 아무리 읽고 보고 해도 알 수 없었던 부분들이 참 많았는데,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있으니 굳이 미국에 오지 않아도 꾸준한 자료 조사와 노력으로 이런 부분을 알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www.youtube.com)마저도 예전엔 볼 수 있는 영상이 얼마 되지 않았죠. 요즘의 유튜브는 정말 공부할 거리가 많은 보물창고가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예전엔 강남역 거리에서 외국인 보는 일이 드물었는데, 요즘은 시간당 10여명 이상은 너끈히 보게 되는 세상이 왔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오늘은 해외에서 영어 연수를 하거나, 넓게는 한국에서 영어권 외국인을 자주 만나 대화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까지, 과연 어떻게 영어를 정복해야 할지, 제 경험을 조금 빌려서 그 단계를 하나 하나 시간이 날 때마다 정리해 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영어 시험을 잘 보게 하는 비법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내가 '사용하고 써먹을 수 있는 영어'에 대한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1. 나는 4살이다.


제가 예전에 영어이야기 만화 시리즈를 통해서도 했던 이야기입니다. 외국에 떨어진 우리는 처음엔 고작 4살짜리 아이에 불과합니다. 현지어(영어)로 할 수 있는 의사 표현의 수가 극히 제한되어 있고, 누구의 도움 없이는 핸드폰 개통, 인터넷 설치, 하숙집 계약도 쉽지 않습니다. 기껏 할 수 있는 일은 햄버거집에서 내가 원하는 세트메뉴를 주문하는 수준의 영어이며, 조금만 얘기치 않은 상황에 부딪혀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됩니다.


이 어쩔 수 없는 4살짜리의 숙명을 인지하고, 4살 때 나는 어떻게 한국어를 마스터 할 수 있었는지를 잘 생각해보며 그 해결책을 세워야 합니다.





2. 4살의 나는 참견



말이 금세 느는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대화를 곧잘 듣고 참여하려 합니다. 그러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올 경우, 그것을 알려고 계속해서 애를 쓰고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영어를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의 경우, 자칫 자신이 그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탄로가 날까봐 그냥 침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어를 정확하게 들었더라도 동의어나 발음이 비슷한 다른 단어를 잘못 들어 놓고 제대로 들었다고 착각해서 혼란에 빠지기도 합니다.


말을 끊는 것이 실례일지라도 일단은 모르는 단어의 뜻을 물어야 합니다. 그걸 그냥 넘어가면 그 이후의 수십 분의 대화는 들으나 마나한 말이 되어버립니다. 반드시 'Hold on.' 'I'm sorry.' 'Wait.' 등의 표현으로 주위를 환기시킨 후, 물어봐야 합니다. 저는 suite(아파트, 호텔 등의 방)를 sweet로 잘못 듣거나, psychic(점쟁이)를 sidekick(친구)로 잘못 들어서 대화의 흐름 자체를 놓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려면, 대화가 이해가 잘 들리지 않는 순간 반드시 되묻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또한 대화가 끝난 후에도, 나를 제 3자가 몰래 비디오로 찍고 있었다는 생각으로,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잘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금 왜 내가 영어가 잘 안나왔었는지, 내가 왜 오늘따라 유난히 자연스럽게 말을 영어로 잘 했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냉정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일단은 대화에 집중해야 하겠지만, 대화가 끝나고 나서는 반드시 어떤 부분이 안 들렸었는지, 왜 이 부분은 쉬운 내용이었는데 빨리 답변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왜 그 부분에서 대화를 잠시 끊고 질문하지 못했었는지를 되뇌여보고, 혼잣말로라도 다시한번씩 스스로에게 소리내어 대답해보는 복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 4살의 나는 반복훈련의 왕


4살이었던 시절의 나는, 기억은 잘 안나지만 매일매일 말하는 연습을 많이 했었을 것입니다. 옹알이로 시작되었던 언어 연습은 끈임없는 질문과 반복 사용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네 살배기 조카녀석에게 하루는 독도는 우리땅 노래의 마지막 소절인 '독도는 우리 땅, 우리땅!' 부분에 맞춰서 몇가지 단어를 억지로 삽입해 개사해 불러줬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웃고 말겠지 했는데, 이 녀석이 혼자서 블럭놀이를 하고, 연습장에 낙서를 하면서도 제가 가르쳤던 단어들을 마구 바꿔 가면서 계속해서 흥얼거리더군요.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아는 단어를 넣어서 계속해서 한국어 연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이 되던 안되던 간에 계속해서 흥얼대는 모습을 보고, 옆에서 제가 재미있다고 박수치고 웃어주니 더욱 열심히 하더군요.




이거 대단히 중요합니다. 영어 문법이나 용도가 조금 맞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면, 그 단어를 넣어서 꾸준히 문장을 머릿속으로 만들고 입으로 말해 보는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영어연수 시절에 배웠던 단어 중에 deteriorated 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상태가 안좋아지는' 이라는 뜻의 단어였는데, 혀 굴리는 소리가 많이 필요하고, 스트레스의 위치도 두 군데에 있어서 발음하기에도 안좋고, 자주 쓰는 단어도 아니었던지라 엄청난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생각이 날 때마다 계속해서 입으로 연습하다보니, 이제는 누구보다 저 단어를 발음하는 데 있어서는 엄청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4. 왜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릴까? 네살이니까.



종로 한복판에서 호떡을 파는 아저씨가 있다고 합시다. 그는 열심히 호떡만 튀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의 머리속에는 이미 손님들이 할 말에 즉각적인 응답을 할 준비가 완료되어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처럼, 호떡장수의 머리속에는 족히 15가지 정도의 경우의 수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저씨, 호떡 이천원...' 까지만 들어도 이미 머리속에서는 500원짜리 호떡을 봉투에 4개 담을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다가가서 '설날에 뭐했어요?' 라고 묻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호떡장수 열에 대여섯은 '네? 뭐라구요?' 하고 멈칫할 것입니다. 의례 사람이 와서 하는 이야기가 정해져 있고, 뇌도 그에 대한 응답에 맞추어져 있을진데 , 전혀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오면 그 누구라도 바로 대답하기 힘듭니다. 미국인들도 종종 아무리 정확한 발음과 억양으로 질문해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묻기 때문입니다.



영어연수를 갓 시작하는 학생들의 경우, 수업은 그럭저럭 따라갈 만 하지만,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영어를 힘들어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예측 가능'의 유무입니다. 수업이야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교재의 소제목이나 선생님의 바디랭귀지로 어느정도 예측을 하면서 쉽게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지만, 길에서 마주친 사람이 갑자기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던가, 늘상 돈 받고 영수증만 내 주던 수퍼마켓 직원이 갑자기 '이 제품은 사은품으로 아이스티를 주는데 왜 안들고 왔어?' 같은 말을 한다면 그 말이 쉽사리 들릴 리 만무합니다.


어느 장소에 가던, 어떤 말을 상대가 하게 될 지에 대한 예상을 해 두어야 합니다. 은행에 가던, 지하철 역 매표소에 가던, 묻기 전에 먼저 어떤 질문을 할 것이고, 어떤 대답을 해올 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부족한 어휘나 표현의 한계는 해당 상황에 대한 상황극을 머리속으로 준비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발음에 대해서 몇가지 짚고 넘어가는 글을 적어 볼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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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녹색자전거 at 2012.06.01 10:54 신고 [edit/del]

    아...저 손가락...
    안누룰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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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발님 at 2012.06.01 16:29 신고 [edit/del]

    마리오는 트리오~ 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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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경미 at 2012.06.01 17:46 신고 [edit/del]

    저한테는 정말 와 닿는 내용이네요. 저도 일본에서 짧은 어학연수 기간을 가졌었는데, 그때, 나는 옹알이하는 아기다 라는 심정으로 공부를 했었거든요. 지겹게 현지인들 물고 늘어져서 묻고, 왜 아이들은 똑같은 말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지겹게 물어보잖아요. 그렇게 물어보고, 왜 왜 따지고 들었었어요. 부끄러울지 모르지만 한두번의 부끄러움을 이기고 나면 주위현지인들도 당연히 받아드리고 오히려 알아듣는것도 부연설명을 자상하게 해주죠.^^ 마지막에, "어느 장소에 가던, 어떤 말을 상대가 하게 될 지에 대한 예상을 해 두어야 합니다"는 정말 공감 가는 말이에요.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면서도 상대가 내가 예상치 못한 말을 하면 당황하게 되고 잘 안들리게 되죠. 외국어는 오죽 하겠어요. 그래서 저도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이젠, 길게 얘기해야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대화를 하기 전에 혼자 집에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미리 대본(?ㅋ)을 준비해서 배우처럼 상대편 대답까지 연습해서 달달 외우곤 했었죠. 때론 제 대본이 맞을때도 있고 약간 어긋나도 대본과 비슷하면 그대로 동문 서답 하기도 했구요.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대본 없이도 척척 대화가 나오더라구요. 어느 외국어든, 처음 옹알이를 시작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뭐든지 궁금해하고 뭐든지 질문하고 그러다보면 막상 한계에 부딪히다가도 어느날 나도모르게 머릿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그 외국어가 줄줄줄 모국어보다 먼저 튀어나오는 날이 있더라구요.^^ 너무 공감 되는 이야기라 첨으로 몇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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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abymaster at 2012.06.02 12:24 신고 [edit/del]

    매회 즐겁고 유익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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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ㅋㅋㅋㅋ at 2012.06.02 18:54 신고 [edit/del]

    손님 아이콘에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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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aikai at 2012.06.03 12:44 신고 [edit/del]

    저도 해외연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합니다. 시험보듯이 읽고 쓰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말하고 들어서 이해하는 게 더 기억에 잘 남더라고요. 아는 만큼 들린다고 하잖아요ㅋ 그리고 모르는 건 진짜 무조건 물어야 합니다. 특히 친한 상대라면 더욱 더요. 나중에 실컷 들어놓고 이해 제대로 못하면 그게 결국 더 안 좋은 거 아닐까요?
    더 많이 하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6개월 조금 못 되는 기간동안이었지만 큰 성과였습니다. 현지인하고 많이 어울린 것도 한 몫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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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찰스 at 2012.06.26 22:40 신고 [edit/del]

    늘 고마운 마음으로 보고있습니다. 항상건강하시고, 유쾌한 많화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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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예지 at 2012.08.22 21:38 신고 [edit/del]

    맞는말이에요. 저희엄마도 제3살때 차안에서 지나가는 소방차를보고 빨간 자동차!!이랫대요 근데 엄마가 소방차라고 알려주니 그땐 지나가는 차만봐도 소방차 소방차 이랫더래요 .저도 영어 거부하지않고 열심히할거에요^^그때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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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찹쌀토끼 at 2013.01.22 07:11 신고 [edit/del]

    헐 완전 저보고 하는 얘기 같아서 확 와닿아요ㅠㅠ
    유학나와가지구... 학교 계속 다닐라면 영어가 제일 중요해서 지금 외국에서 어학원 다니고 있는데 뭐라 그러는지도 하나도 못 알아 듣겠고, 물어봐도 이해를 못하니까 막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역시 반복학습이 제일 중요한 것 같네요. 집에서도 계속 복습하고 혼자 말해보고...
    모르는데도 다시 묻는 게 괜히 두렵고, 또 입을 금세 다물어 버리고는 알아듣는 척 했었는데 지금부터라도 고쳐야겠어요! 모르는건 알 때까지 이해하기!! 나는 네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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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BlogIcon 유시관 at 2013.05.16 13:35 신고 [edit/del]

    사이트보고 감동 받아서 발간하신 책 세권을 다사고 저희 직원들한테도 강력 추천했읍니다.
    저희딸도 10살이고 약간 야한부분도 있지만 그냥 줘서 읽개 하고 있읍니다,..
    특히 마늘 냄새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도 제가 제고객들 모시고 유럽이나 기타 미구갈때 인용하고 있읍니다
    많은 부분에대한 (사회 이슈 포함)공감이 이루어져 팬이 되었읍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좋은일 하시는겁니다.. 저는 지금라오스에 출장와서 다시 리뷰 하는중 몇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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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짱짱짱 at 2013.11.02 10:58 신고 [edit/del]

    정말 어릴적생각이 납니다...... 뿌와쨔쨔님 정말 영어짱이에요! 앞으로도 님의 글 많이 기대됩니다 ^_____^

    화이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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