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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가정법이 어려운 분들에게

영어 속 가정법. 정말 어려운 표현이죠. 몇년을 배워도 입에서 쉽게 튀어나오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가정법입니다. 가정법을 쓰게 되면 if라는 단어가 추가해야 하고, 중간에 문장에 have를 삽입하기도 하고, 그 가정법이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가정법 과거, 현재, 미래 등으로 문장이 나뉘기도 하니까요.


"가정법, 쉽게 정복할 수 없을까요?"


설명서의 법칙으로 보는 가정법

제게 영어에 대해 질문하는 분들께 종종 말씀드리는 이론이 있는데 바로 '설명서의 법칙'입니다. 제가 좋은 자동차를 한 대 샀다고 치겠습니다. 몇백페이지 정도 되는 두꺼운 사용설명서가 함께 제공되겠죠? 근데 이 설명서라는 것이, 해당 제품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기술진이 읽어보면 경탄을 느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그냥 알 수 없는 말이 잔뜩 적힌 종이더미일 뿐입니다. 결국 조수석 사물함에 넣어놓고 차를 팔 때까지도 안열어보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뜯어보지도 않은 설명서들. 몇 권이나 가지고 계세요?

사용자 설명서는 분명히 초보자를 위해 씌여진 책인데, 정작 초보들은 거들떠보려고 하지 않고, 그 제품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초보들에게 강력 추천하고픈 좋은 책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법칙이 다가 아니다

곤충 채집, 우표 수집, 제과제빵, 비디오 게임....세상의 모든 분야는 집중해서 연구하면 처음 맞닥뜨렸을 때에는 알지 못했던 심오한 세계, 깊이감 있는 내용에 눈뜨게 되고, 결국 그렇게 알게 된 많은 부분들은 이론이나 법칙에 맞추어 정리가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처음 그 물건을 맞딱드렸을 때 어떤 것들이 흥미가 가고 이해가 안되었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종종 잊혀져 버립니다. 그리고 초보자가 그 부분을 배우고 싶어하면 자신이 알아낸 연구 법칙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오랜 연구와 검토를 거쳐 만들어진 연구 결과들은 초보자들 입장에선 어려운 내용일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 입장에서 보기엔 쉽고 유용한 법칙들이(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문외한들에게는 외계어로 보이는 것이죠.


다양한 대화법을 가정법 속에 가두었을 뿐 

가정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법 안에는 사실 다양한 표현법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걸 가정법이라는 하나의 군으로 묶어서 모아 배우려니까 어려운 겁니다. 처음 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그게 미국인이던 한국인이던 간에 가정법인지도 모른 채 이런저런 다양한 표현들을 배웁니다. 그런데 나중에 언어학자들이 연구해보니 상관없어보였던 이 표현과 저 표현들이 쓰는 단어나 용례를 기초로 볼 때 가정법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였던 것일 뿐입니다.

시간을 이야기 할 때 '네시 오분'은 되는데 '사시 다섯분'이라고는 할 수 없는지를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고, 언어학자들은 시는 기수로 읽고 분은 서수로 읽는다는 법칙으로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한국어 초보자에게 '시는 기수로, 분은 서수로' 읽으라고 가르치면 쉽게 이해하고 응용하기에 쉬울까요? 분명 바로바로 머리속으로 생각해서 말하기엔 어렵고 복잡할 것입니다.(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엔 법칙으로 배우는 것이 편하겠지만요.)



책속 가정법은 실제 가정법과 다를 수밖에 없다

가정법이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실제 상황에서 쓰이는 예문과 문법책에서 배우는 예문 사이에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괴리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대화 내용을 한 번 보세요.

정훈: 어제 니가 짝사랑하는 연주가 식당에 잠깐 들렀었대.
명준: 아! 식당에 들를껄! >.<);;;


위 문장 안에는 가정법이 존재합니다. 바로 명준의 말 "식당에 들를껄." 안에 "만약 내가 연주의 식당 방문 사실을 알았더라면, 식당에 갔었을텐데"라는 내용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죠. 가정법은 이런 것입니다. 문법책에선 힘들게 한 문장 안에 구구절절 "만약~한다면, ~했을텐데."가 다 포함되어야만 하고, 그래야만 법칙이 설명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실제 영어 대화에서는 대부분 "God! I would've stopped by!" 라는 짤막한 문장으로 가정법 문장이 끝나버립니다. 이미 앞선 대화 내용이나 그동안의 경험에 의해 명준이는 연주를 짝사랑하고 있고, 그녀가 나타나는 곳에 자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항상 존재해왔기 때문에 앞에 If절은 필요치 않은 것이죠.

실제로 가정법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하면 쉽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2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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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패런 at 2011.04.23 09:41 신고 [edit/del]

    아니 이런 영어 문법계의 대어가 올라오다니 ㅋ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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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inHui at 2011.04.23 11:43 신고 [edit/del]

    실력은 좋은데 내용이 완전 긱이야. 남다른 면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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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D at 2011.04.23 12:22 신고 [edit/del]

    오오 2부 엄청나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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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에노 at 2011.04.23 20:26 신고 [edit/del]

    오오~~ 제가 어렴풋이 생각만 했던 것을 이렇게 자세하고 명확하게 항상 설명해 주시니 저는 감탄만 할 밖에용...ㅋ 오늘도 정말 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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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ㅋㅋ at 2011.04.23 21:27 신고 [edit/del]

    님땜에 영어를 좋아하게 됬는데 이번년엔 잘 못봣네욤 ㅋ 고3이라
    이런거는 진짜 구어체만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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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김기와 at 2011.04.23 21:54 신고 [edit/del]

    우왓 감사합니다!! 써달라고 하면 뭐든지 써주시는 신비의 뿌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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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at 2011.04.24 20:01 신고 [edit/del]

    저는 예문보고 I should've been there. 를 떠올렸는데 요것도 맞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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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BlogIcon cfono1 at 2011.04.25 00:20 신고 [edit/del]

    참 좋네요^^ 산 지식을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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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성민아범 at 2011.04.25 08:09 신고 [edit/del]

    기대 만땅입니다... ^^
    이제야 가정법의 끝자락 이리도 잡을 수 있게 되는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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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BlogIcon 악랄긏 at 2011.04.26 02:44 신고 [edit/del]

    역시 언어는 수없이 많은 상황을 겪어야만
    비로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나봐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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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BlogIcon 장화신은 메이나 at 2011.04.26 10:43 신고 [edit/del]

    가정법만큼 어려워하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 활용법 2부 기대하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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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팬이에요 at 2011.04.27 17:01 신고 [edit/del]

    저 못생긴 빨강머리는 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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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ezsaturn at 2011.04.29 07:42 신고 [edit/del]

    저도 헷갈리는거 하나 더 있긴한데 이렇게 설명해 주시면 안되요????
    suppose to 는 정확히 무슨뜻인가요?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만약에 suppose to 에 관해서 이미 쓰셨다면 알려주세요
    요즘에 이거 읽으면서 영어공부 잘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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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뿌와쨔쨔 at 2011.04.29 08:17 신고 [edit/del]

      예전에 미국인들이 must 안쓰는 이유에 대한 만화를 그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나와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주소는 여기 있습니다.
      http://www.puwazaza.com/64

  14. 그냥 at 2011.05.03 14:43 신고 [edit/del]

    영어 울렁증이 너무 너무 넘 많아서 못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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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최선희 at 2011.10.02 22:40 신고 [edit/del]

    위에서 서수와 기수를 혼돈하신 것 같습니다. 서수는 순서를 나타내는 수입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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